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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자국
또 눈이 왔다. 자전거를 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타기로 했다. 자전거 타다가 크고 작은 사고도 많아 겪어봐서 안전하게 타는 법은 몸이 기억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치면 옆에서 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해서 타고 다닌다. 조금이라도 미끄러우면 무조건 천천히 다니고, 급턴과 급브레이크 잡지 않고 오늘도 출근 전 눈보라를 뚫고 팀홀튼에 도착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출근 전 공부시간을 가지기 위해 일찍 일어나려 했지만 어제 늦게 잠든바람에 5시 30분이 넘어 일어났다. 챙기고 나서니 6시가 넘었고, 팀홀튼에 도착하니 6시 50분쯤 되었다. 목표는 5시에 일어나서 6시30분까지 팀홀튼에 도착해서 1시간 정도 공부하는 것이다. 점점 일출도 빨라지고 있어 다행인데, 문제는 아직도 날씨가 춥다. 심지어 주말에는 눈까지 내린다고 하니 캐나다는 일 년의 반이 겨울이라는 게 실감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하는 일과 함께 세컨잡을 하는건 힘들것 같다. 지금 일 자체도 계속 서서 일하고, 걷고, 힘쓰는 일이라 일끝나면 몸이 너무 고되다. 그리고 날씨가 조금씩 풀리면 조금 일찍 나가서 6:30분 이전에 트레인을 타고 출근 전 직장 앞 팀홀튼에서 30분정도라도 영어공부를 시작해보려 한다. 세컨잡을 구하면 헬스장도 포기해야하고 아침에 하는 공부도 힘들어서 못할것 같으니 우선은 구매한 자전거를 활용해서 시간날때마다 우버이츠 배달을 해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캐나다 오기전 잠시 서울 동생집에서 도보로 쿠팡과 배민 배달을 했는데 점심시간때 바짝 하니 최저시급보다는 더 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어서 좋았다. 워킹퍼밋, 사진, 면허증 등 이것저것 요구하는게 많았고..
어제 자전거로 출근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날씨만 좀 더 따뜻해지면 최고일 것 같다. 일하던 중 어제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모습을 본 동료 D가 자전거가 걱정되지 않냐고 물었다. 내가 의아해 하니 캐나다에서 자전거를 밖에 두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자물쇠를 채워놨는데도 위험하냐고 되물으니 잘 모르겠다며 웃음을 남겼다. 나도 걱정을 안한건 아니지만 12mm 쇠로 된 U자 자물쇠라 절단기로도 쉽게 끊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밖에 두었는데 이런 말을 직접 들으니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매니저에게 직접 물어보기에는 너무 사소한? 문제인 것 같아서 일 마치고 단톡방에 내가 출퇴근을 위해 자전거를 샀다고 돌려서 말했다. 몇몇 동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고, 역시 다들 밖에 두는건 안전하지 않다고 말..
오늘은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걸어가면 6시 20분에 집에서 나와 35분쯤 역 도착, 트레인 타고 직장이 있는 역까지 가면 대략 50분, 7시 버스를 타고 내려서 조금 걸으면 7:15분쯤 도착한다. 오늘은 첫날이라 10분만 천천히 가보기로 했다. 6시30분에 나와 역에 도착하니 35분이 조금 넘었다. 트레인을 타고 50분에 내려 직장까지 자전거로 약 20분 정도 소요되어 7시 10분쯤 도착했다. 사실 큰 차이는 없지만 걷는 시간과 버스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한 목적은 달성했다. 또 걷는것 보다는 전기자전거라서 훨씬 편하다. 오늘은 세컨잡 첫 출근하는 날이다. 12시 30분 일찍 마쳐서 점심 먹고 헬스장에 잠시 들렸다. 4시까지 출근이라 3시 45분에 나왔는데 길을 잠깐 헤매서 딱 4시에 도착했다..
오늘은 특별한 일 없는 금요일이었다. 12시 30분에 점심을 먹고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슈퍼바이저 X가 퇴근시간이 아니냐라는 물음에 그제야 알고 퇴근했다. 일을 일찍 마친 덕에 이른 시간에 운동을 했고, 일찍 귀가해서 좀 더 쉴 수 있었다. 슈퍼바이저 X는 겉으로 보기에 매니저보다 나이가 많아보인다. 하지만 직급이 더 낮은 건 아마도 늦은 나이에 이민을 준비했거나 다른 사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어를 꽤 하는 편이고, 특징으로는 키가 좀 작은데 발걸음은 참 빠르다. 한 가지 안 좋은 소식은 부모님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한다. 다행히 크게 아프지는 않다고 하지만, 가게 운영이 어떻게 될 지도 걱정이다. 이곳 캐나다는 특정 장소 이외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여전히 반 이상 쓰고 다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