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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자국
출근해서 계속 G에게 물어볼 기회를 봤다. 보통 9시까지는 어제 빠진 물건을 선반에 채워넣어야하기 때문에 바쁘다. 10시쯤 되서 물건이 입고되어 창고직원T 그리고 G와 함께 창고 정리를 했다. 급한 물건은 먼저 내보내고 조금 여유가 생겼을때 G에게 조심스레 스키장 언제 또 가는지 물어봤다. 다음주에도 간다길래 나도 데려가 줄 수 있는지 물었고 흔쾌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쉬는 다음주 월요일에 Sunshine village로 가기로 약속했다. 벌써부터 기대되고 기뻐서 그런지 남은 근무시간도 금방 가버렸다.
3일간의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은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원래는 시눅몰 캐나다구스 가서 패딩 얼마나 하는지 보고 오려고 했는데 다음에 일찍 마치는 날 잠깐 다녀오면 될 것 같아서 일주일에 하루뿐인 휴일 푹 쉬었다. 화요일은 보통 과일 전시하는 선반 청소를 한다. 오늘은 밤과 견과류쪽을 시작으로 토마토와 마늘 있는 곳까지 청소를 마쳤다. 몇몇 상품들은 구색을 마추기 위한 목적으로 전시해둔 것도 있어서 잘 나가지 않는다. 그럼 오늘같은날 청소할 때 상품가치가 없는 것들을 골라내서 버리는데 밤은 2/3정도가 말라서 버렸다. 일 처음할때는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어서 최대한 안 버리려고 했는데 지금은 애매하면 그냥 버려버린다 처음에 동료들이 알려준 말이 내가 사고싶지 않은 건 버리라고 했는데 그 기준이 딱 맞..
이번 주 일요일이 Easter(부활절)라 금요일이 대체공휴일로 되어서 3일간 Long Holiday가 되었다. 공휴일에 일을 하면 시급이 1.5배로 알고 있는데 다행히(?) 스케줄이 잡혀서 시간 일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예상대로 손님이 3일 동안 계속 많았고, 마트에서도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인지 물건이 계속 들어와서 정리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창고담당 동료T는 나이가 좀 있는 아저씨다. 영어를 거의 못해서 그런지 창고 전담 직원으로 물건이 들어오면 각 자리에 맞게 배치하고, 청소 등 전반적인 창고 관련 일을 한다. 물건이 엄청 많이 들어올때는 힘들어 보이지만 주중에 한동안 물건이 안 들어오면 딱히 할 일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자주 휴게소에서 쉬는 모습이 보이는데 아마 매니저도 알고 있지..
캘거리에는 시눅이라는 게 온다. 온종일 날씨가 흐리고 처음에는 머리도 아팠었다. 이게 사람 기분을 우울하게 만든다. 나는 혼자서 지내는데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했지만 며칠 연속 흐린 날씨와 반지하에서 생활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우울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번 주도 계속 날씨가 흐리다. 계속 일이라도 해서 다행이지 잡을 못 구했거나 파트타임만 했다면 집에만 있다가 또 우울한 생각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이번 주에 더 많이 드는 생각은 지금 이 생활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 잘 모르겠다. 캐나다에 온 목표는 영어실력 향상인데 영어는 절대 저절로 늘지 않는다. 나중에 인생을 돌아봤을 때 그냥 좋은 추억으로만 남아도 괜찮지만 내 나이에 여기서 추억만 얻어가는 건 나중에 볼 면접에서 좋은 답변이 ..
여느 날과 똑같이 조용한 오전에 매대에 물건을 채우는데 부매니저 G가 다가와서는 아주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줬다. G는 처음에는 많이 무뚝뚝해서 대하기 힘들었는데, 가끔 포장실 아주머니들과 장난치는 걸 보면 친해지고 나면 재밌는 사람인것 같다. 나랑 10살도 차이가 안나는것 같아서 제일 친해지고 싶은 동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캐나다의 회사 문화를 아직 정확히 모르고, G의 직급 때문에 조금 조심스럽다. 그리고 솔직히 농담까지 할 완벽한 외국어 실력이 안된다. 그렇다고 G도 먼저 다가오는 성격이 아니라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점심때 보조배터리 선이 고장 나서 물어봤지만 충전기가 없다고 했다. N은 나보다 좀 더 어려 보이는 여자 동료인데 소심한 성격인지 무뚝뚝한 건지 말도 잘 안 하고 인사도..
또 눈이 왔다. 자전거를 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타기로 했다. 자전거 타다가 크고 작은 사고도 많아 겪어봐서 안전하게 타는 법은 몸이 기억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치면 옆에서 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해서 타고 다닌다. 조금이라도 미끄러우면 무조건 천천히 다니고, 급턴과 급브레이크 잡지 않고 오늘도 출근 전 눈보라를 뚫고 팀홀튼에 도착했다.
주말 일기를 미뤘더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주말은 항상 바쁘다. 특히 토요일이 제일 바빠서 높은 확률로 연장근무를 한다. 결국 2시간 연장 근무해서 일주일 44시간을 채웠다. 평균 주 42시간 스케줄을 주는데 보통 2시간은 주말이나 금요일에 연장근무를 시켜준다. 44시간 채우면 좋은 점은 출퇴근 카드 찍는걸 기준으로 급여가 책정되는데 조금 일찍 출근하거나 조금 일찍 퇴근하는 1~2분도 모두 계산이 돼서 보통 2주 정도면 몇 분씩 모인 게 1시간 정도 되어서 1시간은 오버타임 페이로 1.5배가 들어온다 작은 보너스 받는 기분이다. 월요일은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주말부터 조금씩 추워지더니 또 영하 10도까지 떨어져서 집에서 전기장판 키고 푹 쉬었다 6일 동안 정신없이 일하면 몸도 지치고..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출근 전 공부시간을 가지기 위해 일찍 일어나려 했지만 어제 늦게 잠든바람에 5시 30분이 넘어 일어났다. 챙기고 나서니 6시가 넘었고, 팀홀튼에 도착하니 6시 50분쯤 되었다. 목표는 5시에 일어나서 6시30분까지 팀홀튼에 도착해서 1시간 정도 공부하는 것이다. 점점 일출도 빨라지고 있어 다행인데, 문제는 아직도 날씨가 춥다. 심지어 주말에는 눈까지 내린다고 하니 캐나다는 일 년의 반이 겨울이라는 게 실감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하는 일과 함께 세컨잡을 하는건 힘들것 같다. 지금 일 자체도 계속 서서 일하고, 걷고, 힘쓰는 일이라 일끝나면 몸이 너무 고되다. 그리고 날씨가 조금씩 풀리면 조금 일찍 나가서 6:30분 이전에 트레인을 타고 출근 전 직장 앞 팀홀튼에서 30분정도라도 영어공부를 시작해보려 한다. 세컨잡을 구하면 헬스장도 포기해야하고 아침에 하는 공부도 힘들어서 못할것 같으니 우선은 구매한 자전거를 활용해서 시간날때마다 우버이츠 배달을 해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캐나다 오기전 잠시 서울 동생집에서 도보로 쿠팡과 배민 배달을 했는데 점심시간때 바짝 하니 최저시급보다는 더 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어서 좋았다. 워킹퍼밋, 사진, 면허증 등 이것저것 요구하는게 많았고..
어제 자전거로 출근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날씨만 좀 더 따뜻해지면 최고일 것 같다. 일하던 중 어제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모습을 본 동료 D가 자전거가 걱정되지 않냐고 물었다. 내가 의아해 하니 캐나다에서 자전거를 밖에 두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자물쇠를 채워놨는데도 위험하냐고 되물으니 잘 모르겠다며 웃음을 남겼다. 나도 걱정을 안한건 아니지만 12mm 쇠로 된 U자 자물쇠라 절단기로도 쉽게 끊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밖에 두었는데 이런 말을 직접 들으니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매니저에게 직접 물어보기에는 너무 사소한? 문제인 것 같아서 일 마치고 단톡방에 내가 출퇴근을 위해 자전거를 샀다고 돌려서 말했다. 몇몇 동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고, 역시 다들 밖에 두는건 안전하지 않다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