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자국
익숙해지는 생활과 점점 쓰기 힘들어지는 일기 본문
이제 캐나다에 온 지 2달이 지났다.
확실히 막 도착한 첫 달과는 다르게 기념할 일도 적고,
일하는 직장인이 되니 일상이 비슷하다.
게다가 출퇴근 하는데 각 1시간씩 총 2시간 이상 소요되고,
일하는 7시간 중 브레이크타임 15분 빼고는 서서 있으니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침대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그래서 일기도 계속 미루다가 일주일이 밀렸다.
이번 일기는 7일간의 기록이다.
목요일에는 M형님과 또 다른 방을 보러 갔다.
위치가 직장과 2km도 안떨어진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하지만 근처에 편의시설은 없었고, 전등이 모두 주황색 백열등이라 아쉬웠다.
그래도 나는 출퇴근 하기에 위치가 너무 좋아서 만족스러웠지만
형님은 다른 방도 더 둘러보고 싶어 하셨다.
나는 어디라도 생각한 예산으로 환승할 필요만 없다면 모두 괜찮았기 때문에 형님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마침 집주인 분과 문 앞에서 마주쳐서 다음 달까지만 있겠다고 말씀드렸다.
대충 예상은 했다고 하셨고, 오래 머물지 못해 미안했다.
금요일에는 저번 주에 봤던 멤버 그대로 술 약속이 있었다.
나는 며칠 전 형님에게 다음날 출근 때문에 못 갈 것 같다고 언질을 줬었는데
형님은 내가 같이 갈 거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다운타운에서 5시 넘어서 만나면 나는 늦어도 9시에는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겨우 3시간 남짓 만나기 위해 왔다 갔다 2시간을 허비하기는 싫었다.
두 분이서 만나서 놀던 중간에 카톡으로 소식을 전해주는 걸 보니
다행히 형님과 누님 둘이서 재밌게 놀았던 것 같았다.
주말은 바쁘게 일했다.
일요일은 렌트비 내는 날이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여윳돈이 생겨서 이번 달은 날짜에 딱 맞게 보내드릴 수 있었다.
다음날 출근 때문에 일찍 10시 전에 잠들었는데 집주인분의 카톡이 와있었다.
렌트비를 낮춰주면 좀 더 머물겠냐는 제안이었다.
얼마 정도 낮춰줄 수 있는지 되물었고, 70$ 저렴한 가격을 제안하셨다
나는 며칠만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답장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월요일에는 일 마치고 CN드림에 올라온 룸 렌트를 보러 갔다.
빈방이 2개라 M형님께도 제안했는데 가격과 거리 때문에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
직장과 조금 멀긴 했지만 번화가 근처라서 세컨잡을 찾기 쉬울 것 같았고,
방 한 칸만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유틸리티가 포함된 렌트비만 내면 됐다.
하지만 렌트비용이 저렴하지는 않았고, 총 3명이서 공용시설을 공유해야 했다.
다른 건 괜찮아도 렌트비가 조정이 안되고 최소 6개월 계약이라 다른 방 찾기로 마음먹었다.
화요일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이제는 진짜 봄이 온 것 같았고, 몇몇 백인들은 정말 추위를 덜 타는가 반팔도 입고 다녔다.
이런 날씨면 트레인과 자전거 조합으로 출근하기도 문제없을 것 같고,
50cc 작은 스쿠터를 구해서 타고 다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의견을 존중해주려고 그러는지
어제 같이 방 보러 가자고 했을 때 만약 내가 맘에 들면 그 방에 혼자 들어가도 된다고 했다.
나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제 만난 지 2주 정도 된 사람과 집을 계약해서 6개월간 한집에서 산다는 게
어떻게 생각하면 조금은 무모한 시도였던 것 같다.
직장이 너무 멀어 집은 옮기고 싶었고, 혼자서 원베드룸 하나들 통째로 빌리기는 너무 비쌌고,
그렇다고 불편하게 방 하나만 빌리기도 싫어서 투베드룸을 같이 빌려 편하게 쓰자는 생각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지금 집에 계속 있기로 결정했다.
우선 제일 큰 이유는 내가 여기서 6개월을 더 있을지 아직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렌트비도 낮춰주셔서 그 차액으로 전기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비슷할 것 같았다.
이번 주 내로 형님과 밥 한 끼 하면서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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