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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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싫은 청소업무, 집 구경과 테넌트의 서러움

2Step 2022. 3. 16. 15:02

월요일 아침은 역시 한산했다.

평일 아침에 장 보러 오는 사람은 전업주부가 대부분일 거다.

조금 편하게 일하나 싶었는데 매니저 J가 직원 D에게 나에게 매대 청소법을 알려주라고 했다.

보통 평일 오전에 사람이 많이 없을 때 매대 청소를 한다고 했다.

D는 원래 지게차 업무를 보는 직원인데 우리 부서 일도 같이 한다.

D와 함께 일하면 D는 나에게 이것저것 가르쳐 주려고 하는데, 가끔은 과하게 당부하기도 한다.

 

 

버섯 매대

 

 

아무튼 D와 함께 매대 청소를 하는데 D는 열심히 청소를 알려줬지만,

나는 너무 간단한 이런 걸 배우고 있다는 게 회의감이 들었다.

당연히 캐나다에 워킹홀리데이로 와서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청소 같은 단순한 일을 할 때면 내 시간과 돈을 교환한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일은 내 능력을 발휘해서 시간과 돈을 교환하는 게 맞다.

나는 직장에서 돈을 벌고 있는 거지, 여기는 돈 주고 지식을 배우는 학원이 아니다.

당연히 여기 캐나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으니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오늘은 일 마치고 직장 근처에 방을 보러 가기로 했다.

하필 오늘 매니저 J가 퇴근 30분 전에 한 시간 더 일할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약속이 있다고 거절했다.

그래서 그런지 내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보니 별로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버스로 10분 정도 떨어진 집 주소를 찾아갔는데, 마침 랜드로드가 중국인이었다.

어제 분명히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글을 보고 연락했는데

영어로만 대답해서 외국인일 줄은 알았지만 중국인이라 중국어로 소통했다.

방은 총 3개였고, 한국인 여자 룸메이트가 있다고 했다.

룸메이트는 방에 잘 안 들어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 거라고 했고,

5월이면 랜드로드는 6개월 정도 고향에 다녀와 마스터룸도 빈다고 했다.

그래서 어제 만난 형님께 연락했고, 이쪽으로 와서 같이 방을 둘러봤다.

 

방을 둘러보고 형님이 근처에 가보고 싶은 식당이 있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아직 받았던 체크가 안 풀려서 여윳돈이 많이 없었지만

거절하기 힘든 분위기라 같이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의 메뉴 미트볼과 마늘빵, IPA 생맥 

 

 

분위기 좋은 펍이었고 맥주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했다.

덕분에 식사를 하며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좀 더 친해진 느낌이었다. 

 

약간의 취기와 함께 집에 돌아와서 고민해봤는데

지금 방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직장 근처로 하루빨리 옮기는 게 더 이득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랜드로드에게 연락하려는 찰나에 먼저 문자가 왔다.

 

미안하지만 다른 여자 룸메이트를 구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하니 현재 룸메이트와 같은 여자를 구하기 위함인지,

어쨌든 테넌트로써 탈락했다.

아쉽지만 또 다른 방을 알아보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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